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현대적 해설 | 7.마지막 이야기들

책의 해당 부분

제23장 ~ 끝까지

 

교훈주의 문학에 대하여

우리는 종종 어느 살인마가 알고 보니 어떤 감독의 변태적인 폭력 영화에 심취하고 있었다던지, 음란 폭력 비디오 게임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자며 학부모 단체등에서 시위를 한다던지 하는 뉴스를 봅니다. 여기서 예술의 자유의 한계가 문제되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도 이것이 꽤나 문제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예술작품의 내용이 수용자들에게 아주 강력한 효과를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1)내용상의 건전성을 어떻게 판단할것인지, (2)만약 불건전하다면 어디까지, 무슨 이유로 예술가의 자유를 인정할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므로 이 글에서 그 답을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현대의 사회 환경을 고려하여 “균형잡힌 시각”에 도움을 주고자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영혼”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어떤 작품이 우리에게 “도덕적 교훈”을 주는 것을, 다시 말해 이 작품이 상당히 계몽주의적이라 하여도 지나치게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습니다.

눈에 확 튀는 옷을 입고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며 격렬한 감정에 심취되어 일탈행위를 하는 전형적인 예술인 상의 인물들이 언뜻보기에는 쿨하고 멋져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이웃으로두고 함께 살아가기 좋은 사람들은 대게 차분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절도 있게 옳은 행동을 하는 소위 말하는 “바른생활 사나이”같은 사람들입니다.

어떤 문학 작품이 교훈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상적이고 바른 인물”을 그리고 있다면, 분명히 이 작품의 영향으로 세상이 좀더 정돈되고 살기 편해지는것은 사실일겁니다. 따라서 어떤 작품이 꼭 교훈주의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촌스럽게 보고 저평가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

고대 그리스의 많은 비평가들은 문학작품에서 사실과 다른 것이 나오면 안되고, 주인공들은 모두 모범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듯 합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논점에 대해 당대 비평가 치고는 다소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작품의 내용에 사실만 있어야 하고, 논리에 어긋나면 안되고, 주인공들은 도덕적이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작품의 주제 표현에 도움이 크게 된다면 작가가 거짓말을 섞을수도 있고 다소 비논리적이어도 된다고 주장하며, 거짓말에 능숙한 탁월한 작가로서 바로 “호메로스”를 들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처럼 거짓말에 너그러운 이유는 그가 중요시 여기는 “비극의 카타르시스”효과 때문인듯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범적인 영웅들이 등장하는 서사시 작품보다 오히려 약간씩 결함이 있는 인물(큰 틀에서는 여전히 모범적이지만)들이 자주 출연하는 비극 작품을 더 우수한 문학 장르로 여깁니다. 비극이 가진 카타르시스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문학이 강한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거짓말을 좀 섞어 줘야 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속의 거짓말에 당대의 다른 비평가들보다는 다소 융통성있는 자세를 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책에서 그는 문학속의 거짓말들을 비판하는 주장들에 대해 방어를 하며 나름 여러 논리들을 전개하긴 하는데 몇몇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특히나 그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형식 논리학의 최초 창안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반박의 어색함이 좀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좀더 알아보기

여기까지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읽기였고, 끝으로 고대 그리스 문학과 관련하여 좀더 심화학습(?)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읽을만한 책들을 짧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저, 이준석 역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를 문학의 모범으로 보고 그의 두 작품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극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리아스>를 더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대중적으로는 <오뒷세이아>가 더 흥미롭게 다가갈수 있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고대 그리스 문학을 즐기고자하는 분들께, 이 글에서는 <오뒷세이아>를 추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모든 모험담 작품들의 원류이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처럼 “무슨무슨 오딧세이”라는 이름들은 전부 이 작품에서 따온것입니다. 참고로 영화계에서도 각색이나 모티브와 같은 형태로 많이 차용을 해왔는데 코엔 형제의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의 원작이기도 하며, 장뤽 고다르의 <경멸>이라는 영화에서도 모티브로 등장합니다. 특히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본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오디세이>를 지금 촬영중이라던데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2.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저, 천병희 역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에 관심이 간다면 그의 대표작인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목이 좀 도덕책처럼 따분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인생론”이라고 보면 무난합니다. 즉,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것인가에 대해 논한 책입니다. 참고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정복왕인 알렉산더 대왕의 어린시절 과외선생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애독자였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메로스로 부터 지혜를 얻어 최고의 성취를 한 셈인데, 제가 추천한 두 책을 읽고 지혜를 얻어 여러분도 성공적인 인생을 사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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