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간 조금은 진지한 하드코어(?)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작업을 하는 순수 아마추어 모임 설립을 추진해보았다. 경제학의 시카고학파, 오스트리아학파 비슷한 일종의 학파(school) 혹은 사조를 만드는 비현실적으로 거창한 목표를 꿈꿔보았는데 물론 당연히도 실패하였다. 혹시 나같은 목적을 가진 후행자들이 있을까 이들을 위해 짧막하게 글을 남겨본다.
일단 나는 소셜 미디어등을 통해 나름 진정성있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생산하여 지적인 애호가들을 규합해보려는 순진한 정공법을 취했는데, 애당초 목표가 순수한 것이니 전략도 그에 충실하게 맞추었다. 여기서 나의 첫번째 실수는 내가 이용했던 유튜브나 인스타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이런 플랫폼은 사실상 텍스트 위주의 컨텐츠 전달력은 없다고 봐야 할것 같다. 유저들이 겉으로는 읽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 읽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연구중에 알게 되었는데, 내가 당초 기대했던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예술계 자체가 굉장히 부실한 토대위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방성이나 지적진실성, 합리적 비판의식등의 측면에서 다른 사회 분야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애당초 진지한 하드코어 예술 애호가의 비중이 너무 적으므로 이들을, 그것도 아마추어인 사람들을 찾아 규합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위 내용은 모두 “사조”의 구성에 관한 것인데, 내 의견으로 이처럼 사조의 구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권위나 유명세를 앞세우는 방법이 필요할것 같다. 그런데 이 방법에 의하게 되면 “순수함”이란 요소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므로 모순이다. 따라서 결국에는 학교를 기반으로 결성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즉, 학생이나 교수가 아니고서야 사조의 조직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다른 조직의 구성방법을 택할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사단이다. 개인이 예술가가 되고 본인의 예술작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규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꼭 규합된 인원간에 생각이 같다고 볼수는 없으므로 규합의 가치가 사조보다는 훨씬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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