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해당 부분
제4장 시의 기원과 발전
제5장 희극과 서사시의 역사
위대한 예술가 호메로스
저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자 문학가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을 단순히 예술가로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인생 스승의 한 분으로 여기는데, 매일 새벽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를 경전처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이렇게 두 작품을 세상에 남겼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마르기테스>란 서사시도 호메로스의 작품이라 주장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현재 실전된 상태인데 현대의 학자들은 대게 호메로스의 작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호메로스의 작품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순수한 형태로 완벽한 완성품으로서 담겨있습니다. 더욱 놀라운것은 이 작품이 2800년전에 쓰여진 사실상 인류 최초의 문학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대게 무언가는 최초의 발명품은 많이 어설프고 시대가 흐를수록 그럭저럭 쓸만한 것이 되어가는 발전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호메로스는 최초의 문학가로서 곧바로 완성품을 씁니다. 저는 호메로스 이 후의 모든 예술은 좀더 잘하려고 호메로스에 사족을 붙이다보니 도리어 퇴화되버린 실패작들로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미스테리하게도 너무 완벽하다는 점, 호메로스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이 불충분하다는 점,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서술 스타일이 약간 상이하다는 점에 비추어 “호메로스”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주장도 학계에서는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위 두 작품은 사실 특정한 작가가 없이 집단 창작의 형태로 구전된 것이라는 말이지요. 이에 관하여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에 “The Philosopher”라고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 자체가 곧 철학자 자체인 것, 아리스토텔레스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닌 철학자를 가르키는 보통명사가 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사실 호메로스가 실존인물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호메로스는 “The Writer”, 즉 호메로스가 곧 그리스 문명을 대표하는 작가 그 자체이고 작가를 가르키는 보통명사인 것입니다. 대강 호메로스의 실존성은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될것 같습니다.
아래는 어떤 TV쇼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씨가 호메로스에 대하여 썰을 푸는 짧은 영상입니다. 호메로스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것 같아 첨부합니다.
아래는 영국의 전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대해 소개하며 무려 “고대 그리스 원어”로 직접 낭독 시범을 보이는 장면입니다. 보리스 전 총리는 옥스포드대 고전학과 출신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매니아로 잘 알려져 있고 관련된 책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호메로스라고 하네요. 제가 듣기로는 정치는 잘 못했다고 하던데, 어쨌든 이렇게 뭘 좀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환경은 개인적으로 많이 부럽습니다.
호메로스는 서양 문명의 근원으로서 당연히 무수히 많은 후세의 위대한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중 몇 분이 언급한 호메로스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단테는 그의 작품 <신곡>에서 호메로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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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착한 스승이 일러 가로되,
“보라, 저 칼을 손에 들고 셋 앞에
왕자와 같이 오시는 저이를
그는 호메로스, 더 없으신 시인이요,
다음에 오시는 이는 풍자가 호라티우스,
세째 분이 오비디우스, 맨 끝이 루카누스란다.
***
단테의 작품에서 호메로스는 예수 탄생 이전의 인물이라 어쩔수 없이 지옥중에서 가장 약한(?) 1단계 지옥에 계십니다. 그래도 단테는 비록 호메로스를 지옥에서 구해주지는 못했지만 선배 시인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멋지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칼을 든 왕자”와 같은 분이고 넷중에 일등이라고 하네요. 여기서 칼을 들었다는 의미는 호메로스 작품들의 내용이 가지는 “호전성”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착한 스승”은 단테를 이끄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인데, 호메로스가 베르길리우스에게 영향을 주었고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신곡의 위 장면은 호메로스에서 단테에 이어지는 그리스 로마 서사시의 위대한 계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호메로스를 가르켜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리스 세계의 문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대한 불후의 기념비는 호메로스의 작품이다”
참고로 러셀은 칭찬에 대단히 인색하신 분입니다. 예를 들면 레닌을 직접 만나고 와서는 머리가 별로 좋지 못한 사람이라하고, 모택동이 중국에 방문한 러셀의 강의를 들은적이 있는데 러셀은 모택동 보고 “나름 열심히 노력은 하는 학생” 정도로 평가합니다. 이런분이 저렇게 “위대한 불후의 기념비”라는 수식어를 쓸 정도면 정말로 대단하다는 소리입니다.
철학자 니체도 호메로스를 대단히 좋아했던 분입니다. 니체가 호메로스에 대해 언급한 글 하나를 잠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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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소포클레스, 테오크리토스, 칼데론, 라신, 괴테 등에게서 나오는 현명하고 조화를 이룬 삶의 방식으로서의 예술, 이것만이 예술에 있어서의 정당한 것이고 우리 자신이 더 현명하게 더 조화를 이뤘을때 붙잡게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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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가 문학의 시초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가장 앞에 둔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참고로 니체는 괴테도 매우 치켜세우는데 재미있는 것은 괴테도 호메로스를 매우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호메로스의 작품들이 가지는 “폭력성” 때문에 현대인들은 그의 작품에 내재한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힘든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분명히 니체의 말처럼 “현명하고 조화를 이룬 삶”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순처럼 들리는 것을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텐데 이해하고 느낄수만 있다면 정말로 호메로스 이외의 책들은 전부 무가치하게 느껴질정도로 정말이지 호메로스는 대단한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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