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 로봇 드림 (2023)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이를 위한 한줄 소개 :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과 개가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

 

1.감상평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귀여운 로봇과 강아지를 상징으로 삼아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은유하고 있는 탁월한 작품이다. 언뜻 어린이용 영화처럼 보이지만 어른을 위한 한편의 우화로서 이점은 극의 후반부로 흐를수록 보다 분명해진다. 세상 경험이 적은 어린 아이들은 아마도 극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이 지루해할 작품이라는 소리는 전혀 아니며 이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하다).

영화는 추억, 인연, 그리고 사랑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 그린다. 여기서 로봇과 강아지의 관계를 친구간의 “우정”이라고 오해를 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스토리상으로 분명히 “사랑”으로 묘사되는데, 사실 로봇은 성별이 없는 중립적인 존재이므로 이점에서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모두에게 공감이 갈수 있는 PC(정치적 올바름)를 구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로봇과 강아지는 우연한 위기로 옛사랑을 끝내게 되지만 각자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자연스럽고 성숙한 자세로 받아 들인다. 이 부분은 영화 <500일의 썸머>와 유사한 시각을 담고 있는 지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봇의 사랑이 강아지의 그것보다는 미묘하게 조금더 순수하고 깊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로봇을 선택한 것이다. 로봇과 불의의 사건으로 해어지게 된 후로도 로봇을 대체할 거리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물론 이것이 잘못된 행위라는 말은 아니다). 강아지는 썰매도 타러가고 여자 오리와의 로맨스도 겪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새로운 반려 로봇도 들이게 된다.

반면 로봇의 사랑은 비록 수동적으로 선택당함으로써 시작이 되지만, 강아지와 같이 외로움이라는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다. 로봇은 해변가에 누워 강아지와의 만남만을 꿈꾼다. 이렇게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는 사랑의 모습은 실제 우리가 겪는 현실세계속의 사랑의 양태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꿈을 적극적인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데, 비단 스토리의 생동감있는 진행에의 기여뿐만 아니라 기계인 로봇이 꾸는 인간적인 꿈이라는 역설을 통하여 작품의 감동을 보다 높여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밀한 시대적 묘사들도 — 게임기, 과자등 당대의 레트로한 소품들, 지금은 무너진 세계 무역센터의 모습, 당시 유행했던 팝음악들 —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2.서사 분석

본 작품의 서사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다.

***

1.뉴욕에 외로운 강아지가 살고 있다. 외롭게 혼자 생활하는 여러 모습들이 보여진다.

2.어느날 TV광고를 보고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3.배달 온 반려 로봇과의 행복한 일상들이 이어진다.

4.교외의 해수욕장에 간 로봇과 강아지. 재미있게 놀지만 그만 로봇은 물에 젖어 움직일수가 없다.

5.강아지는 어쩔수 없이 로봇을 해변가에 그대로 두고 떠난다. 마침 해수욕장은 폐장되어 1년후에나 입장이 가능하다.

6.강아지는 여러번 해수욕장에 들어가 로봇을 고치려고 시도하나 번번히 경비원에게 잡힌다. 결국 구조를 포기.

7.강아지는 1년후에 다시 구조하리라 마음먹고 외로움을 이기려고 썰매장에 간다.

8.그 사이 로봇은 여러 차례 강아지와 재회하는 환상적인 꿈을 꾸며 강아지를 그리워 한다.

9.강아지는 눈사람과 볼링도 치고, 여자 오리와의 로맨스도 겪게 되지만 결국 헤어진다.

10.그 사이 로봇은 침입자로 부터 다리가 부러지게 되고, 새들의 알을 품게 되는등의 일을 겪는다.

11.다시 여름이 오고 로봇은 고철수집상에게 끌려가게 되고 결국 고물상에서 머리가 떨어지고 고철이 되버린다.

12.고물상에서 너구리가 로봇의 잔해를 구입하여 개조하여 고친다. 로봇은 살아나게 되고 너구리와 친구가 된다.

13.그 사이 강아지는 해수욕장에서 잘려나간 로봇의 다리 한짝을 발견한다. 없어진 로봇을 끝내 찾지 못한다.

14.강아지는 새로운 반려 로봇을 구입한다.

15.강아지와 로봇이 각자의 새로운 사랑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모습.

16.우연히 강아지와 새 로봇이 함께 있는 장면을 로봇이 발견하지만 고민끝에 로봇은 아는척을 하지 않는다.

17. 로봇과 강아지는 그렇게 각자의 새로운 사랑을 펼쳐나갈 것이다.

***

1~3에서 외로움이라는 문제와 로봇과의 만남을 통한 즐거움이라는 대조를 통해 평화로움을 보여주고 이를 이후에 벌어질 부정적 사건과 극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4에서 영화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된다. 영화의 종료시까지 이 사건이 어떻게 해소될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5~6에서 중대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시도된다. 그러나 비교적 일찍 이들 시도들은 실패로 확정되고 이어서 “강아지와 로봇의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7~9에 걸쳐서 비교적 길게 보여주게 된다.

10에서 강렬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은 사실 전체 스토리에 끼치는 영향은 없고 관객에게 강한 감정 — 동정심– 을 유발하는 기능만을 한다.

11은 스토리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사건이다. 어떤 필연성을 지닌 사건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은 유지하고 있어 여기에 부자연스러움은 없다.

12~15는 앞서의 1~3의 동일 구조의 반복으로 일종의 대구적 구조를 갖고 있다.

16~17이 본 영화의 클라이막스 지점이다. 로봇은 강아지에게 아는척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데 이것은 약간의 반전적인 구조라고 볼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11~17까지의 부분이 특징적이라고 볼수 있겠는데, 예상보다 약간 빠르게 11의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최종 결론은 작품 전체를 지나치게 신파극에 빠지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3.좋은 영상의 사례

본 영상은 위 서사구조 분석에서의 3번 구간의 일부이다. 강아지와 로봇의 행복한 일상을 일종의 “스케치 기법”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이러한 기법은 통상적인 영화 작품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것인데, 주로 특별한 사건이 아닌, 어느정도 긴 시간동안(주로 하루 단위) 반복되는 일상적인 루틴을, 여러 씬으로 나누어 짧게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각 씬별로 특징적인 장면만을 부각하여 편집하게 된다.

여기서도 이러한 통상적인 스케치 기법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아울러 두가지 추가적인 특이점들이 있다. 첫째는 내용적으로 1980년대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고, 보다 중요한 둘째는 여기서 영화 전체에 있어서 중요한 상징이 되는 음악을 사전에 상징으로서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경으로 깔리고 있는 음악,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곡 “September”는 그 자체로도 1980년대 추억의 팝송이기도 하지만 영화내에서 강아지와 로봇의 사랑의 추억을 상징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후에 로봇은 강아지를 추억하면서 특유의 비프음으로 이 곡을 흥얼거리기도 하는데, 이는 이 음악 자체가 곧 상징물임을 의미하는 것이고 영상의 본 구간에서 즐거운 사랑의 일상과 함께 이 곡을 제시함으로서 최초로 상징으로서의 설정을 영화 내에서 확립하고 있는 것이다.

4.참고사항

원작인 그래픽 노블 서평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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