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로봇들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약 2800년전 문학작품인 <일리아스>에 로봇이 등장한다고 주장한적이 있다. 나는 그가 약간 침소봉대하는 식으로 오버하는 것이리라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일리아스에 로봇이 등장한다!

정확한 위치는 이 책 18권 후반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방문하는 장면이다 (참고로 이들은 둘다 신족이다). 모두 세 종류의 로봇이 등장하는데 각각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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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헤파이스토스) 궁전의 잘 세운 벽을 따라 세워놓으려고

마침 세발솥 스무개를 만들어 놓은 참이었는데

하나하나마다 바닥에 황금바퀴를 달아 놓아

저절로 신들의 회의장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도록 해놓았으니 보기에도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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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바퀴가 달려있는 솥이 자동으로 회의장과 집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자율주행 솥(autonomous driving pot)’인 셈인데 마치 현대의 로봇 청소기가 연상된다. 다음 구절은 요새 유행하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연상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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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으로 만든 시녀들이 주인을 거드니

살아 숨 쉬는 소녀들과 다를바 없었다.

이들은 횡격막 속에 슬기가 있었고, 목소리와 근력도 있었으며

죽음을 모르는 신들에게서 일들도 배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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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에 대한 묘사인데, 외장재는 황금인듯하다. 나는 이 구절을 보고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  “C3-PO”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게 아닌가 싶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능이 심장 부근에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슬기로움은 횡격막 안에 내장되어 있다. 음성인식 기능도 있고, 특히나 신들로 부터 일을 배웠다는 부분은 현대의 머신러닝 기술을 연상케 하여 인상적이다. 마지막 로봇은 현대의 “AI 에이전트”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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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을(풀무들) 불을 향해 돌려놓은 다음 작업을 하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모두 스무 개의 풀무가 도가니 속으로

갖가지 세찬 바람의 숨결을 불어 넣으며 내보내기 시작하였고

헤파이스토스가 뜻하는 대로 그리고 작업이 완성되어 가는대로

바삐 서두르는 그의 곁에 준비되었다가 필요하면 또다시 준비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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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불어넣는 풀무들 스무개가 한세트인데, 이들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작업의 진행을 정확히 인식하여 자동으로 작동된다. 그러니까 이들은 병렬로 연결된 자동 에이전트 로봇 같은 것이다.

작중 헤파이스토스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현대의 “엔지니어”처럼 묘사되는데, 실제로 위 로봇들 모두 마법같은 어떤 신적 능력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수공으로 “제조”된 것처럼 묘사된다. 즉, 모두 아시모프의 말처럼 로봇이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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