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현대적 해설 | 6.대사에서의 단어와 은유의 중요성

책의 해당 부분

제19장 ~제22장 까지

 

단어 하나하나도 꼼꼼하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책의 해당 부분에서 갑자기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영문법책에 나올듯한 문법사항들을 열거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이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사실 우리가 배우는 영문법의 기원 자체가 본래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수동태니 능동태니 명사 동사 모두 이 시절에 이미 그리스어를 가지고 당대의 학자들이 정립한 것이지요:) 이것들이 그대로 영어에 적용되어 현대의 대한민국 교실까지 전해내려온것뿐입니다. 혹시 이러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언어학에 관심이 가시는 분들은 일본의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가 쓴 <중동태의 세계>란 흥미로운 책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부분에서 실용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단 두가지인데, 하나는 “단어 사용”의 중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은유”의 중요성입니다. 이중에서 약간 덜 중요한 단어의 문제부터 살피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바를 핵심만 짚는다면 아주 간단합니다. “생소한 단어”는 신선함을 주지만 불명확하여 말이 잘 안통할 우려가 있고, 반면 “익숙한 단어”는 식상하지만 대신 뜻은 잘통한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작품을 쓸때 이 두 종류의 단어중 하나만으로 떡칠을 하면 곤란하고 두가지를 필요에 따라 적당히 잘 섞어 쓰라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생소한 단어에는 사투리, 신조어, 유행어, 외래어, 전문용어 등이 있겠고 익숙한 단어에는 표준어, 일상어 등이 있겠습니다.

시나 소설과 다르게 영화 각본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리얼리즘에 기반한 영화들이 그러합니다. 리얼리즘이니까 그냥 우리가 일상 대화하듯이 쓰면 되는거 아닌가 쉽게 생각하는거죠. 이건 어마어마한 착각인데 리얼리즘 영화라 해서 정말로 영화 대사도 일상의 리얼한 현실속 대화 스타일과 똑같이 쓰여지지는 않습니다. 일상 대화에서 우리들은 말도 더듬고 비효율적인 문장이나 단어도 사용합니다. 영화 대사가 이렇게 쓰여진다면 대단히 볼품없는 작품이 됩니다.

일례로 리얼리즘에 기반한 홍상수 감독 영화의 대사들을 유심히 살펴 보면 의외로 “연극적”이라는 것을 눈치챌수 있습니다. 시중에 홍상수 감독이 각본없이 즉흥적으로 촬영을 한다던지 애드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을 종종 보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고 그는 대사를 사전에 치밀하게 만들고 배우들에게 엄격하게 지킬것을 주문하는 작가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대사들을 자세히 보면 일상 대화와는 다르게 단어와 문장들을 반복한다던지, 효율적인 문장들을 사용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연극적으로 구성된 대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은유의 중요성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의 중요성도 강조하는데, 이 은유(메타포)란 것은 문학은 물론 음악, 미술, 영화 모든 예술을 통틀어 정말로 중요한 것입니다. 예술의 핵심이라 볼수 있는 것이지요. 일단 아리스토텔레스와 제가 여기서 사용하는 “은유”란 용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은유”입니다. 현대의 시창작학에서는 은유법(협의의 은유)과 직유법을 나누어 설명하곤 하는데 여기서 이런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은유라는 말을 “A라는 사물과 B라는 사물의 공통점에 착안하여 A라는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B라는 사물을 이용하는 것”이라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쉬운 예로 이런것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아 먹듯이, 우리 인간들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돈을 많이 벌수 있다”.

여기서는 새와 인간이 같은 생명체라는 “공통점”, 그리고 벌레와 돈이 같은 생계유지용 사물이라는 “공통점”에 착안하여 표현을 하고 있는데, 따라서 위 문장은 은유인 것입니다.

이 은유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가지만 소개하자면, 저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속 깊은곳에서 정말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돈많이 벌어야 겠구나 하는 기분이 마구 샘솟는 다는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남편(혹은 아내)이 그냥 “내일 일찍 일어나 돈많이 벌어와” 이렇게 설명문으로 말한다면 화만 나겠지만 위와 같이 문학적인 은유법을 사용해서 말한다면 왠지 정말로 내일 일찍일어나 돈벌어와야지 옳은것이라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즉, 은유는 일반적인 설명문보다 훨씬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사실 과학적으로는 위 은유적 문장은 오류가 있습니다. 새와 인간은 엄연히 다른 생명체이고, 따라서 새의 조생이 인간의 인생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힘듭니다.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말인데도, 이상하게 우리 인간의 뇌는 은유에 속아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술가는 이런 인간의 특성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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