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보았었던 일본 영화 철도원을 다시 감상하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폐선되는 철도역의 역장인데, 가부장적인 — 전체주의적이라 할수도 있는 —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나는 전체주의를 대단히 혐오하는데 이런 내가 혹시 전체주의자들을 심정적으로나마 이해할수 있을까 그 여지를 가늠해보려고 이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게 된것이다.
개봉당시에 이 작품이 전체주의, 더 나아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의도적으로 지지하는 작품인가가 문제시 되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아닌거 같다. 감독은 자신이 “명시적”으로 전체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삽화를 영화속에 배치해두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식당에서 싸우는 씬에서 식당 아주머니가 “나는 욱일기(군국주의를 상징)도 붉은깃발(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상징)도 흔들지 않겠다. 나는 내 자신의 깃발(개인주의)을 흔들겠다.”고 일갈하는 장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순전히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이 “전체주의의 미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할수는 있겠다. 작품의 전체적인 진행이 아무래도 가부장적인 주인공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고 그를 위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감독의 본래 의도는 아마도 주인공 “개인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저 보여주고 이러한 인생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을테지만 이러한 의도는 실패했다고 봐야 할것이다. 감독은 전체주의라는 사회적 함의와 주인공 개인의 인생이 양팔에 올려진 저울을 정교하게 조율하지 못하고 투박하고 급하게 연출하여 저울의 팔이 지나치게 전체주의쪽으로 기운 모양새다.사실 작품이 연민의 감동을 크게 불러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감독의 의도와 같이 주인공의 삶이 갖는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어리석음으로 부터 나온다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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