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쉬움
누구를 위한 책?
마광수 교수의 문학세계와 표현의 자유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
소개
남성 성인 잡지 맥심에서 마광수 교수의 사망 익월에 출간하였던 특집호다. 알라딘에서 단돈 3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E북이 판매중이다.
책의 전반부 150여 페이지 가량은 일반적인 성인 잡지 컨텐츠로 채워져 있는데, 요즘같이 야한 컨텐츠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 이런식의 구성으로 회사 운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실 좀 지루했다. 나의 원래 목적은 마광수 교수에 대한 부분이었기에 앞부분은 대충 건너뛰었다.
후반부 40여 페이지에 걸쳐 마광수 교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특집 기사들이 나온다. 솔직히 대중적인 성인 잡지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의외로 알찬 내용에 살짝 놀랐다. 책에 실린 담당 에디터의 글에 따르면 창립시부터 맥심의 이론적 기반이 마광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 정성을 좀 많이 쏟은 모양새다. 원래는 출판이 금지된 소설 <즐거운사라>를 이번호부터 연재할 계획도 있었다는데, 저작권 문제로 협의가 쉽지 않아 무산된 모양이다.
특집 기사의 구성은 마광수와 관련있는 인물들이나 각계 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보는 식인데, 반대되는 편에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취재하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 여러 기사들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음 몇가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 교수의 사망 직전까지 연락을 했었던 고교 동창생과의 인터뷰에서는 그의 말년의 고독했던 삶에 대해 말해주고 있고 , 필화사건때 마광수와 함께 구속되었던 출판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 교수가 지나치게 교수직에 미련을 가졌다고 아쉬워한다.
문화평론가 김선영씨는 반대되는 편에 서서 마광수 교수가 가진 반-페미니즘적 성격에 대해 지적하는데, 개인적으로 이같은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새로운 글을 써서 분석할 예정이다.
고려대 로스쿨 박경신 교수는 음란물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 쟁점에 대해 논하는데, 먼저 표현의 자유에서 맥락의 역할로서 표현의 공간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규제되어야할 음란물 판단의 기준에 대해 논하는 부분에서 박 교수는 “창작물의 내용이 시사하는 위법성”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주장 한다. 언뜻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사실 이 주장은 논리적으로 두가지 문제가 있는 주장이다. 먼저 예술성의 판단에 법이 우선적으로 그것도 자의적으로 개입되는 꼴이 되어 문제이고, 박 교수의 말대로라면 “살인” 을 소재로 하는 예술작품도 자의적 규제의 대상이 되버린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라는 법원칙에 따를것을 주장하는 부분도 대개의 법학이론이 그러하듯이 이 원리도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식”의 재량법칙에 불과한 것이다. 사실 박 교수의 주장은 마광수 교수의 “사실상의 무규제”의 원칙에서 많이 물러난 기준인데, 나는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좀더 적극적으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모델 강선혜씨가 <즐거운사라>에 묘사된 사라의 모습을 모티브로 찍은 화보가 담겨있는데, 촬영 후기에서 그녀는 모델 활동을 “연기”란 말로 부른다. 나는 이제껏 이러한 정지된 화보에 담긴 모습을 연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이것도 충분히 연기가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사항
마광수 교수에 대한 쉬운 소개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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