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녹색광선, 쥘 베른 저 / 박아르마 역

난이도

쉬움

누구를 위한 책?

영화 <녹색광선>속에 나오는 소설 <녹색광선>이 궁금한 사람

소개

아름다운 겉과 그저그런 속

책 본품과 번역후기등을 담은 아주 얇은 안내 책자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표지는 본래의 소설이 아니라 영화 <녹색광선>을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 되었다. 안내 책자에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의 번역 프로젝트에 여러모로 이 영화가 끼친 영향이 큰 것 같다.

작은 양장본으로 제작되었는데, 전체적인 느낌이 흡사 예전 서양 양장본 서적들의 그런 느낌이라 감성적이고 고급스럽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책의 내용은 사실 그저 그렇다. 이 소설이 원래 쥘 베른의 대표소설도 아니고 그다지 재미있다거나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에도 힘든것 같다. 영화 <녹색광선>의 팬이 아니라면 솔직히 크게 흥미를 느끼기는 힘든 작품이다.

대강의 줄거리

이 소설은 일종의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에 속하는데, 대강의 개요를 말하자면, 옛날 옛적에 캠벨이라는 부모 없는 소녀가 삼촌 두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삼촌 두 분은 캠벨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며 그녀를 금이야 옥이야 키우시는데 소설속에서는 개그 캐릭터 담당이시다. 둘이 만담도 하고 여러가지 코미디를 보여주시며 독자들을 웃기려고 노력한다.

캠벨이 어느날 신문에 나온 녹색광선을 보러가야 한다고 생때를 부려 여행을 떠나며 여러 사건들이 벌어진다. 와중에 두 남자가 등장하는데, T형 성격의 과학자 남과 F형 성격의 예술가 남이 캠벨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물론 승자는 F형 예술가 남이다. 과학자 남은 소설 내내 “너  T야?” 취급만 받으며 쓸쓸히 퇴장한다. 수백년전 과거에도 T형은 이렇게 외면받았나 보다 [1]. 사실 이렇게 과학자 남이 취급받는것이 약간은 의외였는데, 왜냐하면 쥘 베른은 유명한 과학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영화속 녹색광선 vs 소설속 녹색광선

영화 <녹색광선>과 소설 <녹색광선>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어떤면에서 둘은 180도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말할수 있겠다. “녹색광선”이라는 자연현상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 영화에서의 녹색광선은 그것을 보면 “진정한 사랑을 성취할수 있다” 정도로 그 의미가 단순하게 설정되어 있다.

반면, 소설에서의 녹색광선은 조금 복잡한데, 그것을 보면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진실을 볼수 있는 눈을 갖게 되어, 진정한 사랑을 알아볼수 있게 된다” 정도의 의미가 부여된다. 여기서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부분이 문제가 되는데, 언뜻 이것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을 추구하는 듯한 늬앙스를 갖기 때문이다. 즉, 내용적으로 녹색광선이 이성을 상징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살핀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비록 내용적으로 다소 이성주의적인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쨌든 녹색광선이라는 자연현상을 본다고 해서 저런 마법같은 효과가 날리는 없을테니 전체적으로 녹색광선이 이성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영화속 녹색광선이나 소설속 녹색광선이나 모두 동일하게 어떤 “초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초자연적인 힘”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한마디로 말해, 인생의 이상적 목표인 “파랑새”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자세는 전혀 다른데, 영화속 주인공 델핀은 녹색광선과 조우하여 결국 고독에서 해방된다. 즉, 영화의 결론은 비이성으로 향하는 것이다. 반면 소설속 캠벨은 자의로 녹색광선을 무시한다. 즉, 소설의 결론은 이성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향한다. 여기에는 각 작품의 작가가 갖는 개성이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볼수도 있겠는데, 소설의 쥘 베른은 위에서 말했듯이 과학소설 작가이고, 반면 영화의 에릭 로메르 감독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여담으로, 각 작품의 결론과 무관하게 나는 영화 녹색광선이 훨씬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을 하는데(소설은 흔하게 볼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다), 이것은 모티브가 된 원작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2차 창작물이 더 훌륭할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참고자료

영화 녹색광선의 리뷰는 다음을 참고 : 링크(외부사이트)

각주

[1] 사실 MBTI는 신뢰성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어 요새의 유행처럼 개개인의 성격을 특정짓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이다. 여기서는 웃자고 사용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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