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작자를 위한 철학 4 | 아마추어 영화 창작과 연구의 요령

지난 이야기

영화 창작자를 위한 철학 1 | 일반인에서 영화 창작자로
영화 창작자를 위한 철학 2 | 버트런드 러셀과 좋은 삶 상편
영화 창작자를 위한 철학 3 | 버트런드 러셀과 좋은 삶 하편

 

왜 하필 영화인가?

지난 시간에 선천적 매트릭스를 깨기 위한 목적에서 “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지성은 결국 “많이 생각하기”에 다름아닙니다. 즉,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으로 근육을 기르듯이 그냥 많이 생각하면 지성이 함양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흔히 착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위에서 제가 말한 생각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위에서 말한 생각과 마치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으면 콜라가 나오듯이 인간이 환경에 따라 “자동반응”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자동반응을 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생각을 한다고 오해를 자주 합니다.

어쨌든 예술 창작을 통해서도 지성의 함양이 가능합니다. 예술은 창작자가 일단 “생각”을 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그것을 표현으로 바꾸는 행위는 “고도의 지적작용”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자연히 지성이 함양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여러분은 하고많은 예술중에 왜 하필 영화냐는 질문을 할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예술 창작을 해도 무방합니다. 시를 짓거나 소설을 써도 됩니다. 그러나 영화만이 가진 장점과 특징이 있는데, 먼저 영화는 “사회적 예술”입니다. 영화는 고독하게 골방에서 혼자하지 않습니다. 물론 감독 1인이 연기를 포함 모든것을 하는 영화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소한 배우는 필요합니다. 이렇게 타인과 생각을 교류하는 활동은 대단히 유익한 것입니다. 특히 혼자 고립되어 자기만의 세상에 갖히는것은 선천적 매트릭스를 아주 두껍게 만드는 해로운 행위인데, “사회적”이라는 영화의 특성은 이 매트릭스를 깬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특질입니다.

그밖에 영화는 “기술”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배포와 창작 측면에서 새롭고 편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지만 나름 특이한 장점도 있는데, 누군가 여러분에게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라고 질문했을때 여러분이 “네 저는 시쓰기 입니다.” “네 저는 소설쓰기입니다.” “네 저는 기타를 칩니다” 라고 답하면 상대방은 “네. 좋은 취미네요.(무관심)”. 이렇게 반응할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네 저는 영화 연출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다면 상대방은 “뭣이라????? 취미로 영화도 연출할수 있어요???? 대체 그 신세계는 어디란 말 입니까?😱😱😱(관심집중)”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좋은 반응을 할겁니다. 물론 이러한 타인의 관심이 핵심은 아니지만, 이왕 같은 값이면 흔한것 보다는 남보기 새로운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저는 “선천적 매트릭스의 탈출을 위한 영화창작”이라는 영화창작의 한가지 모형을 여러분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제가 모든 영화창작이 이 모형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이 모형만이 진리라던가, 이 모형 이외의 유익한 모형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목적으로 영화를 창작하던 그것은 여러분 자유이지요. 칸 수상을 목적으로 영화를 창작하던, 천만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창작하던, 아니면 단지 영화를 만드는것이 좋아서 창작을 하던 전부 좋습니다. 다만 저는 실제로 제가 말한 위 모형을 목적으로 영화를 즐기고 있는데, 경험상 괜찮은것 같아 여러분에게 권유한것 뿐입니다.

이제 단순 관객을 넘어서서 조금 심도 깊은 “진지한 아마추어 영화 활동”의 두가지 방식과 그 요령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진지한 아마추어 영화 활동은 “영화 창작”과 “영화 연구”로 나뉩니다.

아마추어 영화 창작의 요령

20년전만해도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행위였습니다. 비싼 필름을 들여가며 고가의 카메라로 찍어야 하고 편집기사를 대동해서 특수한 장비를 이용하여 어렵게 편집을 해야됩니다. 이제는 모든 작업이 디지털화되고 장비들이 어느정도 상향 평준화 되어 이같은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핸드폰의 카메라와 무료로 다운 가능한 편집 소프트웨어들이  50년전 고다르 감독이 썼던 카메라와 편집 도구들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편리합니다. 사실상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핸드폰과 무료편집소프트웨어로 일단 영화제작을 시작 할수 있습니다( 물론 훌륭한 작품을 만드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처음에는 친구나 가족과 같은 지인들을 배우로 쓰거나 정 여의치 않는다면 카메라를 세워두고 본인이 연기하면 됩니다. 국내외에 아마추어들이 응모할수 있는 수많은 영화제들이 있습니다. 해외 영화제도 단돈 5천원만 내면 인터넷으로 응모 가능합니다. 물론 이들 무명의 영화제들에서 수상한다고 여러분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가 따르는 것을 전혀 아닐테지만 이 과정 자체가 대단히 재밌고 동기와 흥미를 유발할 것입니다. 영화 창작은 대략 이런식으로 시작하면 될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영화 연구의 요령

진지한 아마추어 영화 활동의 두번째 방식은 “영화 연구”입니다. 여러분이 아마추어 양자역학 연구나, 아마추어 핵물리학 연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험용 원자로와 우라늄을 구해야 하는데, 대학 연구소가 아닌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영화 연구는 방구석에서도 아무 장비 없이 가능합니다.

일단 연구의 기본은 “글작성”입니다. 어려울것 없고 블로그 하나를 만들어서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그냥 쓰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시네필들의 블로그들을 몇번 본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글들이 자신의 감상을 시적으로 멋들어지게 표현한 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글들도 좋긴 한데, “연구”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구를 위한 글 작성에 대한 요령을 몇가지 말씀드리자면, 먼저 주제를 좁히기 바랍니다. 하나의 영화를 보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고 시도하지 말고, 인상적인 극히 일부분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대신 깊이가 깊어야 하겠지요. 이렇게 할때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글을 도리어 쉽게 작성할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전공이나 직업, 관심사와 영화를 연결짓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정신과 의사라면 “영화속 정신증의 유형”이라는 주제로 오로지 정신의학적인 부분만 살핀 여러 글들을 시리즈로 쓸수 있을겁니다. 패션디자이너라면 “영화속 패션”이라는 주제로 오로지 패션만을 살피는 글을 쓸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영화에서의 자동차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연구를 할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일반인들인 여러분을 아마추어 영화 창작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내용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김고은 양은 드디어 야구를 버리고 영화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아뇨. 오빠 전 그냥 야구나 계속 할래요.ㅋ

 

아! 결국 김고은 양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군요. 이처럼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가상의 독자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 연재글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때!!

 

 

안녕? 난 주현영이라고 해

 

고맙게도 김고은 양과 친구인 주현영 양이 가상 독자가 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주었네요. 이제부터는 이 주현영(배우 주현영과는 다른 동명이인임) 양이 본 연재글을 읽는다고 가정하고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분은 김고은 양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2학년 생으로 현재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입니다. 장래 희망으로 이미 영화감독을 지망하고 있어서 영화창작자가 되라고 제가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겠습니다.ㅋㅋ

이제 “일반인을 아마추어 영화창작자로 전환”하는 이야기는 끝났고 앞으로는 본래의 주제로 들어가 프로든 아마추어든 상관없이 모든 영화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개별적으로 하겠습니다. 즉, 별개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각각의 글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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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응답

  1. 데이즈아트파이팅 아바타
    데이즈아트파이팅

    선생님 항상 글 통해 많이 배워가요. 감사합니다ㅎㅎ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영화 감상 또는 제작에 있어 과학적 사고방식(지성)의 제고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보는 입장이신 걸까요? 공포영화와 같이 과학적 사고방식과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장르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제가 ‘과학적’이란 말을 협소하게 보고있는 걸까요?

    1. 네, 저는 예술 닉네임인 진(Jyn)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ㅋ

      영화의 목적은 당연히 과학적 사고방식의 제고가 아니고,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예술적 사고 방식 그 자체이겠지요.

      저는 본래 예술적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세가지 사고방식과 관련하여 제가 생각하는 중요성의 순서를 굳이 말씀드리면 과학적>철학적>예술적 순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과학적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오로지 이것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원론적으로 세가지 전부 골고루 다 있어야 하고 나름 다 중요한것이지요.

      제가 유튜브와 본 사이트를 개설하여 오버스럽게(?) 예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제 개인적으로 예술적 사고방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사고 방식들과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방식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거예요.ㅋ

      원래 본문에서 위 사실을 배경삼아 설명하려고 했는데, 어짜피 이 글은 모두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분들만 볼것인데 좀 불필요하고 황당하게 보일수 있으므로 생략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이참에 다시 정리를 하자면…

      “과학이든 철학이든 예술이든 전부 중요하고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이글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볼것인데, 이왕 좋아하는거 관람만 하지 말고 창작을 하면 더 재밌고 유익하니 도전해봐라.” 로 요약할수 있겠습니다.ㅋ

      다음으로 넘어가서, 제가 예상했던 방식으로 “과학적”이란 단어를 이해하신거 같습니다.ㅋ 협소하게 보았다기 보다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보신것이지요. 제가 말한 과학적 사고방식을 극단적으로 말하면 “통계적 사고방식”에 가까운데, 이런 사고방식 이야기는 나중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연재글 시리즈에 포함될것입니다. 그 글을 보시면 제 의도가 분명히 드러날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공포영화는 아마도 좀 판타지 스러운 그런 장르를 의미하신것 같은데, 이런 장르들은 상상력이 중요하므로 예술적 사고방식이 강하게 사용된것이 됩니다. 따라서 영화 예술이 할수 있는 본연의 것을 한것이기에 원칙적으로 저는 바람직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모든 영화가 공포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고, 사실 저는 특정장르를 고집하거나 우월하게 보거나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러 장르들이 무질서하게 다 튀어나와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 이야기도 나중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1. 데이즈아트파이팅 아바타
        데이즈아트파이팅

        답변 감사합니다. 답변을 듣고 나니 앞으로의 글이 더욱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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