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문학 1부 — 묘곡

요즘 단테의 신곡을 읽고 있는데 철학자 러셀은 이 작품을 일컬어 “중세 문화가 집약된 인류 문명의 유산”이라는 식으로 극찬 한다. 이 분은 원래 이런 식의 칭찬을 거의 하지 않아서 신기한 나머지 한번 읽어보고 있다. 솔직히 러셀의 평을 아직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매력적인 작품인 것만큼은 분명한데, 원작자인 단테의 공은 물론 번역자인 최민순 신부의 놀라운 번역의 덕이 굉장히 크다.

최 신부는 단순 신부가 아니고 8개국어를 구사하는 시인이기도 한데, 정말 예술적으로 번역을 잘 하였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번역도 예술이 될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신곡에 대한 나의 인상을 신곡을 패러디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서사시로 표현해 볼까 한다.

 

묘곡La Gatto Commedia

제 1곡.

서기 이천이십사년 어느 이른 봄날 한 소년이 수풀이 우거진 산책길을 방황하며 걷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진이라 하였고 나이는 열다섯에 수려한 외모를 가졌더라. 헌데 기슭 구석진 곳에 괴생명체가 우는 것을 본 소년은 여기에 의문을 갖게 된다.

소년이 외치되, “여봐라 거 구석에 은밀하게 숨은 너의 이름을 나에게 대라”.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던 괴생명체는 말하길, “냐옹”

소년은 의아해하며 다시금 큰 소리로 이름을 대라 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냐옹뿐이더라.

지나가던 행인은 이 신묘한 광경을 보더니 소년에게 이르되, “이보게 젊은이. 자네는 정녕 고양이라는 생물의 존재를 모르는갠가”

소년은 가로되, “네 소인은 고양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습니다. 그것은 먹어도 되는것입니까” 라고 온 얼굴에 호기어린 감정을 띄운채 묻는다.

행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하기를 “한때는 먹기도 했지만 작금에 행했다가는 차가운 감방의 신세를 면치못할것일세”라고 겁을 준다.

소년은 어그러진 수풀로 가까이 간다. 그리고 고양이의 뒷꽁무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고양이가 소년에게 가로되 “캬악!”.

당황스러운 소년의 기색에 행인이 동정어린 충고를 주기를 “츄르, 츄르를 주어야 하네. 왜놈들이 만든 진품으로.” 하고서 이내 사라진다.

소년은 츄르란 두 글자를 가로세기고 숲속을 떠났으니 이는 곧 츄르를 사기 위함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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