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마광수 교수의 저서들의 리스트와 짧은 평을 소개한다. 새로 읽게 되는 책이 있으면 추가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1.시학
마광수 교수가 쓴 시 창작론이다. 이 책을 읽기전 나는 시작법의 바이블이라고 불리우는 오규원 시인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오 시인의 책도 나름 괜찮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인 느낌이 강해서 이 책으로 과연 시를 쓸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 후 마 교수의 본 저서를 읽고 감탄을 하였는데, 시 창작이라는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해 쓰여져 매우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마광수 교수의 “지적진정성”과 관련한 예술론이라던지, 상징주의이론, 그리고 성예술에 대한 내용도 풍부하게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마광수 교수는 문학가로서 보다는 교육자로서 훨씬 뛰어난 인물이라고 보는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대단히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는 설명문이 구사하여할 문체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의 이러한 장점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2.상징시학
마광수의 “상징주의시론”의 연구서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상징주의시학”을 설명한 책중 이 책이 가장 뛰어나다고 보는데, 본래 프랑스에서 탄생한 상징주의를 한국적으로 잘 소화해내어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연세대 후배들이 쓴 어느 상징주의 요약서에서는 이 책은 언급도 되지 않고 있더라. 대신 서강대 모 교수의 책이 “탁월한 상징주의 저서”로서 소개를 해놓아 절판된 책을 어렵게 중고로 구해 읽어봤지만 수준이하였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중언부언에, 책의 상당부분을 프랑스 저서들의 단순 번역으로 채워놓고, 그저 도취감에 빠져 감상적으로 서술된 책이었는데, 왜 이러한 책이 최고라고 추천을 한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순수한 토종 한국인이 어떻게 프랑스시를, 그것도 난해한 상징주의시를 이해하고 진정 감동에 빠질수 있을까? 서강대 교수의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데,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반면 마광수 교수는 순수한 국내시를 인용하여 거기서 상징주의의 진모습을 발굴해낸다.
3.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마광수 교수 본인은 “상징주의” 와 “카타르시스”를 자신의 연구의 중요한 두 축으로 언급한바 있다. 이 책은 이중 카타르시스에 대해 논하고 있는 유일한 저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뿐만아니라 정신분석학, 불교철학, 심지어 한방의학 까지 동원하여 카타르시스와 연결지어 썰을 푼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무리한 비약이 보이고, 충분히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한 심리적인 측면까지 비과학적으로 풀어놓아 아쉬운 면이 많은 책이었다.
4.문학과 성
마광수 교수의 성문학에 대해 논하는 이론서이다. 여러 시와 소설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 측면을 나름대로 분석을 한 책이다. 대중들에게 마 교수가 “성예술”로 유명하긴 한데, 개인적으로 정작 이 분야에 있어서의 학문적 성취는 그닥 높지 않다고 본다. 그가 체계적으로 성예술을 정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사실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보는게 정확하겠다). 이 책도 개별적인 작품 해설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성예술의 일반적 정리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5.인간
마광수 교수가 그가 가진 자신의 기본적인 사상에 대해 설명한 에세이집이다. 마 교수는 기본적으로 문학자이고 전문 철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사실 이 책에 고도로 정치한 사상이 담겨 있다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여러 측면에 대해 마광수 고유의 생각들이 충분히 녹아 담겨진 책이므로 마광수 교수와 그의 생각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마광수의 저술활동은 80년대 전후에 가장 활발히 이루어져 이 시기에 쓴 글들이 가장 탁월하다. 이후의 여러 저작들은 사실상 이 시기의 글들을 약간씩 편집하여 제목 만 바뀌어 출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부분이 어쩌면 비판받을 부분이라고 말할수도 있겠는데, 그의 학문적 활동이 90년대의 필화사건으로 사실상 끝나버렸기때문에 이해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 역시, “인간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다시 재출간되어 있다.
6.윤동주 연구
이 책은 마광수 교수의 연세대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다. 말그대로 윤동주 시인의 모든 작품에 대해 상징주의적 분석을 한 책인데, 자타 공인 마 교수의 학문적 성취로 이 책이 가장 크게 인정 받고 있는 것 같다. 이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윤동주 시인은 크게 주목받는 시인은 아니었고 이 점에 있어서 마광수가 윤동주 시인의 발굴자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논리 정연하고 무난하고 얌전하게 서술된 책이라, 마광수가 쓴것이 맞나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의 후반부에 그의 성문학적 요소가 약간 가미되어 있어 그의 미래의 행보(?)를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7.연극과 놀이정신
제목에서 “놀이정신”은 80년대 유행하던 “마당극”형태의 연극공연을 일컫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마광수는 서양연극이 아닌, 동양연극에 주목하여 이 동양식 연극이야말로 더 진보된 형태의 예술형태라는 것을 역설한다. 마광수 교수는 “동양의 정신”에 많이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책도 그중하나이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전통 연극형식인 “노가쿠”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며 노가쿠가 상징주의의 탁월한 성취라는 결론을 내는데 이 부분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노가쿠는 영화학자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도 주목하여 그의 몽타주 이론을 만드는데 참고하는데, 대한민국에 노가쿠에 대해 설명한 책은 내가 알기로 이 책과 다른 책 하나 밖에 없다.
8.행복철학
마광수의 행복론이 담긴책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 책의 목차가 “짤”의 형태로 편집되서 많이 돌아다니더라. 그런데 네티즌들이 이 책의 주장을 오해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여기서 이와 관련한 몇가지를 짚어 보겠다.
1)생각없이 직관에 의존해 살아라! – 이런 주장을 하는데, 이것은 정말로 생각하지 말고 살으란 말이 아니다. 나도 예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 이렇게 오해를 했었다. 정작 마광수 교수는 엄청나게 생각을 많이 하고 산 사람이다. 그의 이말의 본의를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는 지면관계상 곤란하고, 이 말이, 공자가 말한 “나이 일흔에 마음가는데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와 대강 일맥상통한다는 점만 밝히고 넘어가겠다.
2)정치에 관심갖지 말라! – 이 말을 선거하지 말아라로 오해하는 네티즌들을 많이 보았다. 마광수가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선거와 같은 소극적 정치행위가 아니라, 정치인이 되는것, 혹은 학생운동과 같은 적극적이고 스케일이 큰 정치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3)결혼하지 말라! – 개인적으로 나는 이 주장에 동의를 하다가 최근에는 별로 현명치 못한 주장이란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는데, 일설에 의하면 말년에 마광수 교수는 이혼한 예전 부인과 다시 합칠까 하는 말을 지인에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주장은 여러가지로 좀 부실한 측면이 있다.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4)정작 마광수 교수 본인은 자살하지 않았나? – 도둑놈이 도둑질은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이 주장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닌것 처럼 마광수 본인의 행복도와 그의 주장의 진실성은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의 행복론을 마광수 본인은 비록 실천하지 못했지만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행복한 삶의 모델로 볼 여지도 있다. 그가 자살을 했다고 이책의 내용이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이 인생을 좀 빡빡하고 질서정연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많이 자유분방한 이들에게는 별도움이 되지 않고, 시시한 느낌일것이다.
9.성애론
마광수 교수의 “육체주의적인” 사랑론을 담은 책이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정신주의적이고 성스러운 형태의 “낭만적 사랑”에 반대하고, 섹스가 곧 사랑이며 따라서 사랑을 성애라고 표현하는 독특한 사랑론을 펼친다. 결국에는 다 섹스하려고 이성을 만나는게 아니냐? 는것이 그의 지론인데, 결론만 말하자면, 사실 마광수의 이 같은 사상에는 상당한 비약이 있다. 그는 위선적인 것을 싫어했고,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 위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다보니 결과적으로 균형을 잃은 시각을 갖게 된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마 교수의 주장이 완전히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데, 대한민국은 성적으로 아직도 폐쇄적인 면이 너무 크므로 그의 주장이 이러한 문제해결의 특효약으로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은 “사랑학 개론”이라는 이름으로 재 발매되었다.
10.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마광수 교수의 허무주의적이며 실존주의적인 인생론을 담은 책이다. 허무주의라고 해서, 이책이 부정적 내용으로 채워진것은 전혀 아니고, 거대한 운명에 맞서는 인간이 취할수 있는 나름의 긍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진 문제점은 문제의 발단은 지극히 부정적인데, 그 결론은 대단히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즉, 처음과 시작이 사실은 매우 극단적인데, 이 극단성을 논리적으로 이어줄 어떤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은 마 교수의 막연한 희망을 담았다고도 할수 있겠는데, 내 추측으로는 이 책을 쓰면서 마 교수는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 희망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험난한 인생이지만 인생은 돌고 도는 법이니(마치 주역의 원리처럼) 그래도 묵묵히 해뜰때까지 기다려야지 징징대봐야 별 소용이 없다” 이다.
11.UFO를 타고 온 섹시여인
마광수의 단편소설이다. 내 마광수 독서 목록에 정작 그의 문학작품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되어, 이북으로 싸게 파는 책을 하나 골라 읽어보았다. 제목 그대로 UFO를 타고 온 외계 섹시녀와 여차저차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는데, 솔직히 오래전에 보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시시하고 좀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았던것으로 기억한다. 마광수 교수가 말년에 이런 스타일의 “의도적인 유치 소설”들을 몇개 내었는데, 이런 류의 책을 보고서 마광수 교수의 문장력이 유치하다고 결론짓는것은 심각한 오해이다. 그는 어렵고 고상한 글을 얼마든지 쓸수 있다. 이런 류의 소설들은 위선적인 문학계를 풍자하려는 “의도적”인 작업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의 이러한 작업이 딱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2.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마광수 교수가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 문학가들의 사상에 대해, 그만의 “삐딱한 시선”으로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내용에 아주 파격적이거나 한 부분은 없으나 설명이 마광수의 책 답게 아주 쉬우므로 교양서로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계속 업데이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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