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해설
dayzart 유튜브 채널에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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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츄, 컴백 기념 퀴즈>
홍길동은 여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25세의 청년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였습니다. 중학생때 부터 그는 아이돌 그룹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수업을 밥먹듯이 빼먹고 각종 콘서트를 관람하였습니다. 다음의 진술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무엇일까요?
1.홍길동은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 11%
2.홍길동은 인기가수 츄를 좋아한다 — 67%
3.홍길동은 가수가 되고 싶어하며 인기가수 츄를 좋아한다 — 22%
총 27명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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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답은 1번과 2번중에서 하나인데, 문제에서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양자중 어느것이 확률이 가장 높을지 판단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두 답변을 모두 복수정답 처리해야할것이다 (굳이 둘중 고르라면 나는 1번을 고르겠다. 왜냐하면 수많은 가수중에 굳이 인기가수 츄를 좋아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명백한 것은 3번은 “논리적으로” 정답이 될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계산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1번 사건의 확률을 임의로 10%, 2번 사건의 확률을 임의로 20%로 가정하자. 앞서 두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3번 사건의 확률은 두사건의 확률을 곱함으로써 “논리적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3번 사건의 확률은 2%가 된다.
이 문제는 직관적으로도 쉽게 이해할수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남성일 확률은 대략 50%이겠지만, 당신이 남성이면서 + 키가 190센티미터 이상이면서 + 장롱에 황금두꺼비 한마리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이처럼 조건이 하나씩 붙을수록 실현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인간은 스토리에 유혹되는 동물
이 문제는 심리학자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1983년에 시행했던 일명 “린다 문제”를 내가 재미있고 쉽게 각색 및 축약한 것이다. 이들의 실험은 통계학적 지식이 있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놀랍게도 오답률이 86%에 이르렀다. 내 퀴즈게임에서의 오답률은 22%로 이보다 훨씬 낮은데, 이것은 본래의 문제보다 나의 문제가 훨씬 쉽고 간단하다는 점, “인기가수 츄”를 소재로 각색을 하여 아무래도 1번 사건과 2번 사건의 균형이 깨졌고 2번답에 강인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는 점등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내가 해당 논문을 확인해보지는 않아 오리지널 실험의 의도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스토리가 주는 영향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문을 전혀 읽지 않고 세개의 답안만 보고도 쉽게 풀수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오답이 상당하다는 것은 매혹적으로 구성된 의도된 스토리에 영향을 받아 합리적 판단이 흐트려진것이라 볼수 있는것이다.
내 유튜브에서 실시한 또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영화를 보는 이유를 조사했었는데, “재미있는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가 68%로 1위를 차지 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정말로 스토리를 좋아하고 중요시 여긴다.
스토리의 함정
이렇게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스토리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기꾼들이나 다단계 판매업자들의 성공 유무는 얼마나 매혹적인 스토리를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 메이킹은 마켓팅 전략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내가 보기에 이 전략은 일본인들이 잘 써먹는것 같다. 예를 들면 “더치 커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에는 “대항해시대 네덜란드 상선의 선원들이 개발한 독특한 커피 제조 및 저장 방법”이라는 낭만적인 스토리가 붙어있다. 사실 딱봐도 새빨간 거짓말같은 느낌이 드는것이 크루즈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 선원들이 한가롭게 커피나 즐길새가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이 “더치커피”라는 용어는 일본인들이 만든것으로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서구권에서 사용되는 정식 명칭은 콜드브루 커피(cold brew coff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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