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가장 첫 장(민음사 판 기준 17쪽)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하페즈)의 시로 시작된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내 게으른 행복이 이제 눈을 뜨나니 …
이 책 곳곳에는 이같이 아랍 문화에 영향을 받은 듯한 구절이 눈에 많이 띄는데, 실제로 지드는 아랍의 여러 시인들과 심지어 코란의 영향도 받은것 같다. 하피즈(1320-1389)는 이란 태생의 대표 시인으로 이란의 가정에는 마치 서양권의 성경처럼 그의 시집을 항시 집안에 구비해놓는다고 한다. 아마도 지드는 아랍 문학의 생명력이나 융성함같은것에 주목한듯 싶은데, 안타까운것은 우리나라에 문학을 포함하여 아랍 문화라는 것 자체가 아예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700년전 아랍의 역사학자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이란 책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는데,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역사를 분석하고 해설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아랍권은 서양과 동양을 잇는 교두보로 과학과 철학, 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들의 고전에 담긴 지혜는 결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표시인이라는 하피즈의 시집 역시 우리나라에는 전혀 번역된 것이 없는데, 류시화씨의 해외시모음집 몇권에 산발적으로 한두개의 시가 실린것이 전부이다. 양이 너무 작아 하피즈 시 연구를 위해 구매할 가치는 없는것 같다.
다행히 대안이 하나 있는데, 대문호 괴테가 하피즈의 시에 대단한 감동을 받아 그의 시를 독일식으로 변형하여 발전시켜 쓴 시집이 하나 있다. <서동시집>이란 제목의 책인데, 하피즈의 오리지널이 아닌 사실상 괴테의 새로운 창작품이지만 그래도 간접적으로나마 하피즈의 사상을 접할수 있는 차선책인것 같다. 아울러 이 작품은 철학자 헤겔이 괴테의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았을만큼 괴테의 대표작이기도 하니 겸사겸사 이 책을 통해 괴테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너무나 당연히도 <서동시집>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는데, 대강 살펴보니 장희창과 전영애의 번역본이 고려될만하며, 미리보기로 몇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일단 이중에서 장희창 역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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