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상의 사례 | 르네 클레르 감독, 막간 (1924)

스톱 모션 기법은 정지된 물체를 인위적으로 이동시켜가며 각각의 쇼트를 촬영 후 이어붙여 하나의 연속된 씬을 만드는 기법이다. 운동 시간 대비 쇼트의 갯수가 커질수록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된다. 과거에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이동을 찍기 위한 일종의 특수효과로서 사용되던 것인데,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된 현대에는 사실상 사장되어 일부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다.

본 영상 전반부에서는 “관”이라는 스스로 움직일수 없는 사물이 마차에서 굴러떨어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 장면을 통상적인 연속 촬영 기법을 사용한다면 마차에 사람이 몰래 타서 무거운 관을 밀고, 이 관이 굴러 떨어져 정확히 평지에 안착하는 장면을 찍어야 할텐데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스톱모션을 활용하여 연출되었다.  아울러 단순히 어려운 씬을 구현했다는 측면뿐아니라 본 장면은 스톱모션 특유의 단절감때문에 미묘한 리듬감과 신비로움도 관객에게 전달해준다. 이러한 감상은 영상 후반부와 연결된다.

영상 후반부는 관에서 깨어난 죽었던 남자가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사라지게 하는 장면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스톱모션이 활용되었는데, 전반부의 목적과는 달리 여기서는 마법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순전히 특수효과로서 사용된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에는 이 정도의 효과도 현대의 헐리웃 영화 못지않게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을것이다. 본 작품은 다다이즘 혹은 광의의 초현실주의의 전통하에 있는데, 주로 몽타주의 특별한 구성을 통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감상을 전달하는 수단이 사용되고 있다. 스톱 모션도 이 수단의 일환으로 사용된 것이다.

스톱모션과 관련하여 한가지 떠올릴수 있는 쟁점은 점프컷과의 구별이다. 편집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언뜻 유사해보이지만 양자는 기술적 측면에서나 내용적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것인데, 기술적인 차이는 스톱모션과는 달리 점프컷은 촬영시에 피사체를 의도적으로 배열하고 움직이는 등의 작업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프컷은 순전하게 편집시에 이루어지는 기술이라 말할수도 있겠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스톱모션은 연속성을 지향하나, 점프컷은 단속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스톱모션 기법은 비록 사장되어가는 기법이기는 하나, 소위 말하는 “낯설게 하기”라는 목적에서 의도적인 위화감을 조성한다던가, 영상에 신비감을 더해주기 위한 목적에서 현대에도 여전히 고려해볼수 있는 기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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