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상의 사례 | 에릭 로메르 감독, 아름다운 결혼 (1982)

아이러니란 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묘하게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를 단순하게 일반화한다면 “본질과 표면의 상반성”을 나타낸다고 말할수 있겠다. 영상속의 상황은 대표적인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여자 주인공은 사실 남자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본질). 그러나 전반부 친구와의 대화중에는 짐짓 아닌채 하고, 이와중에 본인도 남자에게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표면). 이렇게 본질과 표면이 상반되므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영상 후반부에서 여 주인공이 사실은 남자에게 집착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본심이 나타난다.

이 영상에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코미디” 혹은 “유머”의 요소로 사용되었다. 아이러니가 코미디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러니 상황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요소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바로 아이러니의 당사자의 행동이 사회적 기준에서 — 보다 정확히는 관객이 가지는 관습적 사회상의 기준에서 — 어떤 열등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상에서 여 주인공이 남자에게 “집착”하는 행동은 사회적 기준에서 평판이 떨어지는 행동이다. 이렇게 열등함이 더해져야 아이러니한 상황이 코미디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유사한 다른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하정우 감독의 <롤러코스터>의 한 장면이다.

두번째 영상에서 손님인 남자는 여자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는 상태인데(본질), 여자가 물을 쏟자 실수로 심한 욕을 한다(표면). 이 역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는 영상처럼 욕을 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평판이 떨어지는 열등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 영상에서도 아이러니가 코미디로서 잘 작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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