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상의 사례 | 클로드 피노토 감독, 라붐 (1980)

영상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헤드폰을 씌여주는 순간 리처드 샌더슨의 유명한 노래 “Reality”가 흐르는데, 이때 관객은 춤추는 남성과 여성이 마치 배경의 다른 사람들과 “격리”된 것 같은 심상을 갖게 된다. 물론 공간적으로 모두 함께 있으므로 실제로 격리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심리 효과는 어떻게 발생되는 것일까?

먼저 인간은 외부로 부터의 지각이 차단되면 외부세계와 격리된다는 심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눈을 감는다거나(시각의 차단), 귀를 막으면(청각의 차단) 외부세계로부터 “공간적인 격리”가 되었다는 착각이 드는 것이다. 쉬운 예로 숨박꼭질을 하는 유치원생이 머리만 안보이는 곳에 쳐박고서는 자신이 완전히 숨겨졌다고 착각하는 것을 들수 있겠다.

위 영상의 격리 효과도 이러한 원리 덕분일까? 여기서는 하나의 원리가 더 추가가 되는데, 단순히 관객이 영상으로 헤드폰으로 청각이 차단되는 것을 본다고 작중 인물의 심리적 효과가 관객에게 전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2단계로 “기억의 소환”이 필요하다. 즉, 관객이 예전 언젠가 헤드폰을 쓰고 공간이 격리되었던 경험에 대한 기억이 본 장면을 보고서 소환(recall)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단계의 매커니즘을 거쳐 관객은 공간적인 격리의 심리를 갖게 된다. 만약 일평생 헤드폰을 써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본 영상을 보고 격리의 심리를 갖기는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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